미국 생활

제목오레곤 트레일 횡단기 (4)2025-11-19 17:47
작성자 Level 10

#4: 살인 모기떼의 습격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우선 오수 탱크를 물로 채워서 flush 했다. 약품이 없었기 때문에 완전한 sanitize는 안 되었고 가다가 월마트에서 청소약품을 사서 넣기로 했다. 미주리 주에서 캔사스주를 향해 고속도로를 지나가는데 마차를 몰고 갓길로 유유하게 지나가는 아미시 남성이 눈에 띄었다. 항공기 여행은 신속하지만 로드트립같은 낭만은 없다. 자동차 여행은 길고 지루하지만 많은 묵상을 하게 해준다. 육상 여정을 천천히 달리다보면 인생여정이 느껴진다. 우리는 너무 속도에만 집착하고 정신 없이 인생을 달려온 것이 아닌가? 비행기에서는 안 보이던 것이 자동차에서는 보이고, 또 자동차에서는 안 보이던 것이 걸으면 보인다. 21세기의 마차는 현대인들의 과속을 꾸짖는 듯했다.

2013년도에 안식월을 맞아 휴스턴에 갔다가 캔사스 시티의 IHOP에 와서 며칠 기도한 적이 있다. 캔사스를 지나 네브라스카에 들어오니 가축 농장이 얼마나 많은지 소똥냄새가 났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산다는 오마하를 지나갔다. 이런 시골에서 어떻게 세계경제를 전망할 수 있었을까? 그를 ‘오마하의 현인’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목요일 저녁테 묵을 공원을 미리 예약해놓았는데 호숫가 옆애 경치 좋은 곳이었다. 고속도로에서 들어가는 길도 아주 멋있었는데 저녁 노을을 받은 갈대들이 언덕에서 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트레일러가 공차임에도 불구하고 워낙 무거워서 개스 소모가 너무나 빨랐다. 중간 중간에 주유소가 없는 벌판도 나오기 때문에 만약의 상황을 생각해서 여분의 개스통을 사서 트렁트에 실어놓았다. 주유 경고등이 들어왔는데도 한참 갓길도 없이 좁은 도로공사 구간을 지나고 주유소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운행하는데 차가 푸들거리더니 서기 시작했다. 갓길에 세웠는데 고속도로라서 큰 차들이 확확 거리며 지나갔다. 기름이 떨어져서 선 것이다. 스페어 통에 있는 2갤론을 붓고 시동을 거니까 처음에는 시동이 안걸렸다 가슴이 철렁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더시 키를 돌리니까 ‘부릉’하면서 시동이 걸리는데 힘찬 엔진 소리가 어마나 반갑던지. 설마 그 통을 쓸 일이 있을까 했는데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났다. 그래서 다음 월마트에서 더 큰 개스통을 하나 더 구입해서 채워놓고 다녔다.

그러나 막상 공원에 도착해보니까 내가 상상하던 것과는 너무나 달랐다. 일단 주차가 쉬운 pull through가 아니고 뒤로 대야하는 back in 이었다. 처음 해보는 후진 주차라 애를 먹고 간신히 성공했다. 그런데 내려보니 전기만 있고 상하수도가 없는 dry camping site였다. 자세하게 확인을 해보지 않은 실수였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모기 떼의 습격이었다. 쿨가 옆이라서 그런지 상상을 초월하는 모기들이 피 냄새를 마토 달려드는데 전기만 간신히 연결하고 차 안으로 피신했다. 밖에서 모기에 물리지 않으려고 깡총 깡총 춤을 추며 작업을 허고 얼른 피신 했지만 그래도 몇 대 물렸고 금방 빨갛게 부어올랐다. 상하수도 연결이 없는게 천만 다행이었다. 그것까지 연결했다면 모기 밥이 될 뻔 했다.

다행히 바로 앞에 샤워장이 있었는데 그나마 동전이 있어야 작동했다. 비누가 씻기기도 전에 동전이 떨어지면 낭패이기 때문에 완전히 군대 훈련소 속도로 퀵샤워를 하고 RV로 도망쳐와서 두 번째 캠핑의 쓴 맛을 보았다. 각박한 네브라스카 주에 대한 안 좋은 인상을 갖고 그렇게 단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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